나태함에 화가난 우울함

2023. 2. 7. 04:04Opinion/Shouting

새해가 들어서면서 아는 지인이 유선상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올해는 파이팅 해서 진짜 어느 회사든 들어가야지?

사실 내가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내가 가진 계획대로 모든 게 꽤 잘 흘러갈 줄 알았다.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output는 그에 따라 나올 줄 알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었다.

더군다나 우유부단하고 하나를 깊게 파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회사는 없었다. 좋게 말해서 Genearlist, 제너럴리스트이지, 겉만 핥은 지식과 경험이 조금 다양하게 있는 사람에 불과했다. 내가 매력적인 인재가 아닌가 보다.

 

From '안전저널'

 

2023년이 되고 본격적으로 콜드메일을 뿌리고, 지원서를 수십 군데 지원할 것만 같았지만 작년에 너무 많은 거절과 실패의 후유증으로 인해 지원하는 것에 겁을 먹어버렸다. 입사지원에 rejection을 받은 것도 있지만 영국비자 YMS 마저도 뽑히지 못했다. 정말 바닥을 본 듯했다. 이러다 제풀에 지쳐 다시 안정된 옵션에 안주할까 봐 더 겁을 먹기도 했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도대체 어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었다. 그래서 열정은 개뿔 의지 자체를 아예 잃어버렸다. 그래서 크게 회사를 알아보지도 않았다. 반포기상태인 것 같았다.

 

게다가 미국테크시장은 현재 layoff, 정리해고를 한창 하고 있다. Elon Musk가 최근에 인수한 트위터에서는 50% 이상이 감축되었고 평균 최소 10%에 버금가는 인원이 해고를 당했다. 그들의 평균 경력도 7-10년 될 정도의 베테랑이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도 잘리는 마당에 비자도 없는 쌩 한국외국인이 인턴지원을 한다고 뽑아주기는커녕 지원서를 확인이라도 할까 싶다. 생각의 꼬리를 물기 시작하니 내가 너무 한없이 작아졌다. 그래서 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 내가 열중하는 것은 스페인어 공부와 글을 쓰는 것이다. 백수가 따로 없다.

 

 

 

그러다 오늘 새벽 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현재 Sanfransico Bay Area,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프리덕트 리드로 일하고 계신 방비룡님이다.

 

 

여의도 금융권에 오랫동안 몸 담그고 계시다가 value, 밸류창출의 목적을 가지고 미국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왔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나보다 더한 노베이스에서부터 간절함 하나로 성장하신 분이다. 네트워크 하나 없는 상태에서 링크드인에 많은 분들에게 연락을 돌리면서 깨닫고 인턴으로 부딪히면서 깨닫는 과정들을 견뎌낸 덕분에 더욱 단단해졌다. 반면 나는 절실함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물색해보지도 않고 포기해 버리고 안주하려고 했다. 네트워크가 없지만 링크드인을 통해서 또는 콜드메일을 통해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화가 나면서도 우울해졌다.

과거 나의 열정과 무모함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는 나이기에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해외취업도 마찬가지다. 나쁘지 않은 학벌, 인적네트워크 다 포기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영어에 제로베이스 시장과 나라로 뛰어드는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도전하고 싶다. 이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WHY 프레임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는 HOW 프레임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다. 그나마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콜드메일도 본격적으로 다시 뿌려보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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